Seoul, City of the Spectacle 서울 스펙타클의 도시
스펙타클은 비참함의 평온한 한복판에서 황폐함과 두려움에 둘러쌓여있는 행복한 이미지에 불과하다. 기 드보르
서울시는 지난 10년 동안 크고 작은 건축, 토목, 조경 사업을 위하여 무수한 가상의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다.
오세훈시장이 '디자인 수도' 라는 슬로건을 내 걸은 이 후 서울시는 본격적으로 조감도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역사문화공원, 한강르네상스, 세운상가, 세종로 공원사업, 서울시청 신축, 용산 개발, 남산정비 등등 규모면으로 단순 건축 사업에서부터 토목공사에 준하는 대형 공사들까지 컴퓨터 그래픽의 종류는 수백 개에 이르른다. 특히 한강 르네상스의 일환으로 무지개 분수 다리 이미지가 발표되고 용산의 마천루 계획이 발표되었을때 서울시의 조감도의 양은 절정을 이루었고, 항간에서 오세훈 서울시 시장을 '조감도 세훈', '그림 세훈'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2.서울에 랜드마크가 많아지면 시민들이 행복해지나?
조감도는 그 자체가 스펙타클이기도 하지만, 이 이미지를 보면서 서울의 풍요로운 미래를 그려보는 서울시민들 자체가 바로 스펙타클이다. 이 무수한 경관 개선사업과 랜드마크 사업으로 행복해 질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서울시의 찬란한 재개발에 가슴뛰는 사람들은 디자인 때문에 가슴이 뛰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파크가 가져올지도 모르는 국지적 경제 효과에 가슴이 뛰는 것이다.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재개발의 경제효과에 대해 향후 30년간 생산유발
효과는 23조 원, 총 고용유발 효과는 20만 명으로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동대문 상권 매출 역시 10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유동인구는 현재 1일 60만 명에서 75만 명으로 늘어나고, 연간 외국인 관광객도 210만 명에서 28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전세계에 비슷한 건물을 수십개 지은 자하 하디드의 건물을 보러 정말 외국인들이 몰려올 것인가. 서울에는 이미 세계적 건축가들의 건물이 많이 있다.
마리오보타의 강남 교보빌딩과 리움, 렘콜하스의 서울대학교 미술관과 리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삼성동 현대 아이파크 사옥, 도미니크 페로의 이화여대 도서관등 세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품들이 서울에 가득하지만 그것을 보러 일부러 서울에 왔다는 외국인을 본 적은 별로없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북촌이나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DMZ를 방문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적인 것, 한국에서만 볼 수있는 것을 보러 가는 것이다.
3.녹조와 뒤바꾼 유적
(현재 청계7가 부근의 녹조,2010 5월 사진 박은선)
녹조가 심란하게 뒤덮은 청계천, 2005년 청계천 사업의 목표는 사실은 '문화 역사 복원'이었지만 지금 이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졸속 복원되가는 청계천을 보고 박경리선생은 조금이나마 청계천 복원에 힘을 실은 사람으로 민망하고 부끄럽다고 하며 내 발등을 찧고싶으리만치 후회하고 분노한다고 했다. 서울시 청계천 복원의 제1 목표는 '수표교'복원이었지만 막상 공사를 시작하니 폭이 너무 좁아 수표교를 복원 할 수가 없었다. 청계천 사업의 총책임자는 조경전문가였으며 청계천 개발 계획서의 대부분은 '조경'에 할애 되어있었다. 박경리 선생은 이에 대해 "복원 전문도, 토목 전문도 아닌 조경전문가가 어찌 총책임을 맡았는가 . 옛날, 큰 건축공사를 총괄하는 도편수(도목수)는 재상감이라 했다. 나라에 바치는 정성과 사물을 보는 안목을 따졌던 것이리라. 차라리 그냥 두었더라면 훗날 슬기로운 인물이 나타나 청계천을 명실 공히 복원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몇 년은 더 벌어먹고 살았을 텐데. 노점상인들이 안타깝다." 라며 한탄했다. 결국 박경리 선생이 우려 했던바대로 노점상은 삶의 터전을 잃고 조선시대의 유적들은 크게 훼손 유실 되었다.
시장 임기내에 급하게 공사를 끝내야 하므로 진짜 물길을 복원 할 수 없었던 서울시는 개천 바닥에는 콘크리트를 깔고 수돗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물길을 재현했다.
그야말로 시뮬라르크 개천인 것이다. 가짜 개천 청개천은 자연 정화가 불가능해 나날이 녹조가 심해지고 있다. 이제 그 물에 발을 담그기는 커녕, 행여 물방울이라도 튈까 무서운 썩은 개천이 되어 버렸다. 청계천의 허상은 단 5년만에 허물어져 실재로 다가오고있다.
4.동대문 역사 디자인 공원의 모순- 지우개 도시
청계천 복원으로 갈 곳을 잃은 노점상들은 2005년 동대문 운동장역 한쪽으로 쫓겨났다. 말 그대로 파땀흘려 일군 40년 상권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그 후 2007년 디자인 서울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오시장은 80년된 동대문 운동장을 철거하고, 서울에 한 번도 와 본적이 없는 이라크계 영국 건축가 자하하디드가
설계한 디자인 파크를 짓는다고 발표하였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디자인 파크를 만드는 방법도 있었지만 스펙타클의 도시 서울은 최고로 유명한 스타 건축가가
최고의 비용으로 새 건물을 지어주길 원했던 것이다. 풍물시장 안의 노점상들과 동대문 근처의 노점상들은 은 다시 2년만에 자리를 내 쫓겼고, 얼마 남지 않은 건대 건축물인 동대문운동장은 '문화 창조'의 일환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2008년 6월 발굴 이래 1만평 넘는 운동장 터 안에서 옛 한양성의 이간수문과 성곽터를 비롯해 조선 후기 군영인 하도감, 군수공방, 병사 숙소 등이 무더기 확인됐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동대문운동장 터에서 발견된 유적들은 국보급의가치가 있다.하도감터와 어영청터는 조선시대 관청 유적으로 지금까지 흔적이 없던 것이 이번에 발견된 역사적으로 소중한 자료들이다. 이 유적들을 밀어버리고 디자인플라자를 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도심내에 이정도의 대규모 유적지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자하하디드의 건물은 취소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서울시와 자하하디드는 약간 수정된 그림을 선보였고, 사업은 속개 되었다. 노형석 한겨레 기자는 '성곽과 수문 일부 건물터를 제외한 다른 유적들은 옮겨졌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지정 조건에도 규정한 것처럼 문화유산의 핵심은 장소성이다. 원형 복원을 아무리 강변해도 고유한 제자리를 떠나면, 역사 문화적 가치는 격감된다. 터 자체가 역사의 지층이기 때문이다. 동대문운동장 터의 하도감, 공방 유적 발굴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대형 도시 생활사 유적의 보존이라는 뜻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는 기회였다. ' 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600년된 문화 유적터를 갈아 엎고 이라크계 영국 건축가 작품을 세우면 디자인 문화 도시가 되는 것인가? 그녀의 동대문 디자인파크 디자인 컨셉트는 '형태와 풍경이 어울러지는 디자인'이었다. 한마디로 문화적 사회적 맥락과 상관없이 어느나라 어느도시에 있어도 상관없는 건물인 것이다.
5.스펙타클 도시의 미래
도시의 거대한 유물터는 삽시간에 사라졌고 자하하디드 건물은 착공을 기다리고 있다. 600년전 역사가 현재와 함께 숨쉴 기회를 개발의 기대와 맞바꾸어 거부한 것이다. 서울의 자생적 건축물들과 마을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몇 남지 않은 연결고리이지만 현재 뉴타운 계획에 따르면 서울의 옛 흔적은 거의 남지 않는다. 서울은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기억할 수도 시민이 기억할 수도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몇 천년동안 이어온 삶의 흔적을 무엇으로 증거하겠다는 말인가. 한국에 거주하는 몇 외신기자들은 서울에서 가장 흥미있는 피맛골, 삼선교의 한옥, 강북 도처의 크고 작은 마을, 포장마차, 조선시대 유적터등 즉 정말 서울다운 서울의 디자인을 철거 하고나서 디자인수도로 만들겠다는 취지가 이해가 안된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서울을 찾는 사람들은 서울의 역사와 자생적 문화를 보러 가는 것이지 무지개 분수나 자하하디드 건축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다. 예술과 디자인을 시정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문화 보존 외치면서 발견된 문화재는 훼손하는 서울시의 구시대적 개발은 문화와 역사 그리고 서울시민에 대한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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