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pril 4, 2010

Destroyed 4 Rivers in South Korea 2010.



강을 흐르게 두어야한다

청계천은 썩고 있다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녹조현상으로 인해 청계천 관리비용이 매해 30%씩 증가하고 있다. 청계천은 자연하천을 체계적으로 복원한 것이 아닌 수돗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흘려보내는, 일종의 인공 분수이다. 게다가 개천 바닥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어서 정화작용을 거의 못한다. 이렇기 때문에 물이 썩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청계천을 복원한다고 했을 때, 우리 문화의 자존심인 수표교가 복원 되는 줄 알고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수표교 복원은커녕, 발견된 문화재들을 훼손하고, 수장해 버리는 등 졸속 복원된 청계천을 보고, ‘내 발등을 찧고 싶을 만치 후회와 분노를 느낀다’고 하였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나중에 슬기로운 사람이 나와서 제대로 복원하게 둘 것을, 청계천에서 벌어먹던 사람들 좀 더 먹고살게 놔둘 것을’ 하며 청계천 복원 사업에 찬성했던 한 사람으로서 민망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과 같다

‘청계천에서 발견된 돌덩이들은 별로 가치가 없다’고 말한 이명박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고 하천 토목공사의 규모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싶어 했다. 그것이 바로 경부 대운하사업이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그 사업은 국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2008년 6월 촛불집회 이후 정부는 대운하 사업을 포기 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들은 대운하 사업의 이름을 ‘4대강 살리기’ 로 바꾸고 2009년 9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4대강 사업은 남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 22개 평균 10m가 넘는 대형 댐을 만들고, 배가 다닐 수 있도록 7m 수심을 유지하기 강바닥을 모두 파헤치며, 근처의 비옥한 농토와 모래사장과 습지를 자전거 도로, 골프장, 경마장, 경륜장 등으로 바꾸는 등 가히 엽기적이랄 수밖에 없는 대형 토목공사이다. 이미 4대강 유역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과 대운하 사업이 이름만 바꾼 똑같은 사업이며, 더불어 4대강 사업의 파괴 규모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정권에 장악되어 버린 대중매체에서 ‘4대강’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지킴이를 자처 하던 조선, 중앙, 동아일보 같은 보수언론 또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나 파괴현장을 한 줄 보도도 하지 않는 대신 4대강 사업을 정당화 하는 정부, 한나라당의 발언만을 기사화 하고있다. 언론인지 청와대 홍보팀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실패한 정책을 그대로 따라하는 4대강

4대강 사업은 90년대 일본 정권이 경기 활성화를 한다는 명목으로 대형 토목 공사를 자행하여 경기를 더욱 깊은 침체에 빠뜨린 것과 너무나 닮았다. 1990년대 일본의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는 거품붕괴라는 위기에 직면하여 토목공사 확대를 통한 위기 탈출을 시도한바 있으나, 그 결과는 참담 했다. 경기회복은 커녕 국가 부채만 크게 늘려 놓았기 때문이다. 1993년 이후 15년간 일본의 1인당 실질 GDP 성장률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았다. (17.9%). 일자리 증가율도 -0.6%로 15년간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면 비슷한 시기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등 북유럽 국가들은 집값이 ¼ 토막나는 거품붕괴 위기 속에서도 대학교육개혁, 근로자 교육개혁을 통해 경기회복과 안정적 성장기반 구축에 성공했다. 1993년 이후 이 국가들의 1인당 실질 GDP성장률은 43.7%~62.3%로 OECD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쪽에 속했다. 같은 기간 일자리 증가율도 15.6%~20.8%로 일본과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높았다.

북유럽의 성공적 사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하고, 경기 부양에도 철저히 실패한 일본의 토건 정책을 그대로 흉내 내는 이유는 바로 ‘임기 내’에 눈에 남는 실적을 남기겠다는, 그리고 ‘임기 내’에 토건사업으로 소수의 이익을 보장해주겠다는 계산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전국의 도시를 아파트 숲으로 개발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수 만년 흐른 강 까지 재개발 하다니 어이없다는 말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표현이 없다.

강은 흐르게 두어야 한다

83년 4월 현대건설 이명박 사장은 ‘연천댐’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 홍수피해가 나면 현대건설이 책임지겠다며 각서까지 써서 연천댐을 설계 시공했지만, 부실공사로 96, 99년 두 차례나 붕괴 96년 7천명의 이재민, 99년 5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막상 문제가 생기자 현대건설은 이명박 전 사장이 쓴 각서가 무효라고 주장했고, 주민들이 보상을 받는데는 9년이나 걸렸다. 지금 4대강 유역에 건설중인 특수댐은 수리모형도 만들지 않고 설계에 들어갔다. 환경평가-설계-시공까지 2년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모형 만들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보통 1-2년 걸리는 환경영향 평가를 단 2개월만에 끝내고,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한지 5개월이 지난 현재 낙동강 제일 절경이라 꼽히는 상주 경천대, 구담습지가 망가지고 우리나라에서만 산다는 희귀식물인 남한강 단양쑥부쟁이 자생지가 절반이상 파괴되었다. 이 외에도 환경 재앙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물은 고이면 썩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보나 댐을 철거하고, 하구둑도 일부 개방하는 추세이다. 미국에서는 1912년 부터 총 467개의 댐과 보를 철거 하였고,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모델로 삼은 독일의 라인-마인 도나우 운하는, 경제성도 없거니와 홍수, 가뭄이 심해지고,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되 결국 10여년 전부터 재자연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정권은 왜 모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가. 강을 흐르게 두어야 한다. 강은 한 정권의 소유도 아니고 국민의 소유도 아니다. 원래 그렇게 흘러야 하는 것이다.

- 글. 박은선

예술+건축 독립잡지 어반드로잉스 발행인, 리슨투더시티 디렉터



수유너머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nomadist.org/xe/Ngine/14425






사진 지율스님 보내주심
Photographed by Ji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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